플라이볼 전성시대 메이저리그

플라이볼 전성시대 메이저리그

4월4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개막전. 볼티모어 마무리 잭 브리튼(29)은 2-2로 맞선 9회초에 올라와 2이닝을 1K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갔다. 이로써 지난해 5월 시작 후 59경기 59이닝 1자책(ERA 0.15)을 이어갔다.

이날 브리튼이 허용한 타구는 5개. 아니나 다를까 모두 땅볼이었다. 지난해 브리튼은 땅볼 비율 80%를 기록함으로써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종전 2015년 브리튼 79.1%). 그렇다. 땅볼 자판기인 아래의 A 투수는 브리튼이다.

A : 피안타율 .162 / 피홈런 1개 (80.0%)
B : 피안타율 .160 / 피홈런 8개 (54.3%)

B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불펜 투수다. 그리고 브리튼과 같은 좌완이다. 바로 앤드류 밀러(31·클리블랜드)다. 지난해 밀러의 땅볼 비율은 메이저리그 평균(44.7%)보다 살짝 높았다. 한편 브리튼의 대척점에 서 있는 ‘플라이볼 마무리’는 땅볼 마무리의 원조격인 마리아노 리베라와 같은 주무기를 가진 켄리 잰슨(29·LA 다저스)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땅볼은 홈런이 될 수 없다. 지난 6년(2011~2016)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2만8852개의 홈런 중에서 땅볼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땅볼 마무리의 장점은 단 한 방으로 팀의 승리가 날아갈 수 있는 피홈런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리튼은 현재 49연속 세이브 성공과 함께 66경기 연속 무피홈런(65이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유리스 파밀리아(27·뉴욕 메츠)가 그 불안한 피칭을 하고도 대참사를 피할 수 있었던 것(51세이브/5블론 whip 1.21)은 적어도 홈런 억제 만큼은 성공했기 때문이다(77.2이닝 1피홈런 땅볼 63%). 반면 잰슨(47세이브/6블론 whip 0.67)은 블론세이브 중 두 개가 홈런에 의한 것이었다(68.2이닝 4피홈런 땅볼 30%).

파밀리아와 브리튼(사진)의 주무기는 싱커다. 특히 브리튼의 싱커는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를 배우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괴생명체’다. 한편 브리튼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자신의 싱커를 완벽하게 믿게 된 순간을 언급했다. 처음 상대하는 한 거구의 타자가 자신의 싱커를 보더니 ‘와우’라고 하는 입 모양을 읽었다는 것. 5월19일 경기에서의 이대호(시애틀)였다.

플라이볼 전성시대 메이저리그

브리튼의 정상 등극과 더불어 최근 메이저리그는 홈런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2014년 경기당 0.86개로 1993년 이후 최저치를 찍은 팀당 홈런수는 2015년 1.01개를 거쳐 지난해 역대 2위에 해당되는 1.16개를 기록했다(최고 기록 2000년 1.17개).

홈런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타자들이 더 많은 홈런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탯캐스트> 자료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 발사(타구) 각도는 2015년 10.5도에서 지난해 11.5도로 늘었다. 2015년 전반기와 2016년 후반기는 10.2도와 11.8도의 차이였다. 아래는 지난해 전년 대비 발사 각도가 가장 많이 증가한 6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홈런수가 크게 늘었다.

발사 각도 증가 상위 5명의 홈런수 변화

1. 로빈슨 카노(+6.4) : 21→39
2. 루그 오도어(+6.3) : 16→33
3. 다니엘 머피(+6.1) : 14→25
4. 진 세구라 (+5.6) : 6→20
5. 브래드 밀러(+4.6) : 11→30
5. 브랜든 벨트(+4.6) : 18→17

“네 개의 플라이볼을 만들어냈다면 (안타 여부와 상관없이) 성공한 날이다”고 한 저스틴 터너의 말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더 많은 플라이볼은 김현수(29·볼티모어)의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현수가 기록한 평균 91.6마일의 출구(타구) 속도는 메이저리그 평균(89.1)을 상회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비슷한 출구 속도를 기록한 선수들에 비해 장타가 크게 적었다. 메이저리그 평균(11.5)보다 낮은 발사 각도 때문이었다. 물론 평균 발사 각도와 평균 비거리가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프리먼  : 91.7 mph / 17.3° / 34홈런
트라웃  : 91.7 mph / 14.8° / 29홈런
김현수  : 91.6 mph / 10.2° / 6홈런
롱고리아 : 91.6 mph / 17.0° / 36홈런
마카키스 : 91.4 mph / 10.5° / 13홈런

자료 출처 : 브룩스 베이스볼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시즌이 끝나기 전에 김현수가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와 비슷한 유형의 낮은 공 타자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에 전반기 36%였던 투 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의 비중을 후반기에는 48%로 늘렸다(브룩스 베이스볼 자료).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왔으며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2루 땅볼로 연결됐다. 지난해 김현수가 전반기(.329 .410 .454)에 비해 후반기 주춤했던 이유 중 하나다(.275 .353 .386). 아래는 지난 시즌 김현수의 코스별 출구 속도다(92.4마일이 몸쪽 높은 코스).

플라이볼 전성시대 메이저리그

자료 출처 : 베이스볼 서번트

모든 투수가 땅볼을 추구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타자가 플라이볼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디 고든(마이애미) 빌리 해밀턴(신시내티)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벤 르비어(LA 에인절스) 같은 타자들에게는 오히려 플라이볼이 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땅볼을 내야 안타 또는 2루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플라이볼 시대를 살아가는 것. 김현수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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