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불안한 수비력, 멀어지는 우승?

클리블랜드 불안한 수비력, 멀어지는 우승?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4일(이하 한국시간) 49승 27패(64.5%)로 동부 컨퍼런스 2위에 올라있다. 시즌 내내 1위를 지켰던 클리블랜드가 결국 선두 자리를 내준 것. 실제로 클리블랜드는 3월 17경기에서 7승 10패(41.2%)에 그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1위 자리까지 내주고 말았다.

그렇다면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가지를 꼽으라면 ‘수비’라고 말할 수 있다. 클리블랜드는 뛰어난 화력에도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번번이 패배하고 있다. 과연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걸까.

가드 수비와 2대2 게임

클리블랜드를 만났던 팀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상대 가드의 득점이 많았다. 존 월(3/26, 37점)부터 켐바 워커(3/25, 28점), 디안젤로 러셀(3/20, 40점) 등까지 고득점을 올렸다.

이들의 메인 수비수는 카이리 어빙이다. 그는 뛰어난 공격력에도 아쉬운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데뷔 이후 줄곧 문제가 된 부분으로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무대에서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클리블랜드는 이만 셤퍼트나 JR 스미스를 상대 에이스 가드의 수비수로 내보내고, 어빙은 비교적 공격력이 떨어지는 상대와 매치업시킨다. 그러나 만약 워싱턴 같은 팀과 맞붙으면 이마저도 안 된다. 월과 함께 브래들리 빌의 공격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빙의 수비 공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실제로 어빙의 수비 효율성은 데뷔 이후 가장 안 좋은 편이다. 이와 함께 DFG%(Defended Field Goal Percentage)도 리그 최하위권이다. DFG%는 상대의 시즌 야투 성공률과 특정 선수와 매치업된 상황에서 던진 야투 성공률의 비교 지표로 마이너스일수록 수비력이 좋았다는 증거다.

NBA.com에 의하면 이번 시즌 경기당 8개 이상의 슛을 수비한 선수는 193명이다. 그중 어빙의 DFG% 마진은 4.9. 리그 188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대가 어빙만 만나면 평소보다 야투 적중률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가드 수비 문제는 2대2 게임까지 이어진다.

클리블랜드는 상대가 2대2 게임을 펼치면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치기로 유명하다. 스크린을 받을 때 케빈 러브가 밖으로 빠져나와 볼 핸들러의 이동 경로를 막는 수비다. 이는 클리블랜드의 허약한 골밑 침투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클리블랜드는 골밑 안쪽에서 림 프로텍팅에 도움을 줄 선수가 부족하다. 따라서 골밑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외곽 라인에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2대2 수비도 안 되고 있다. 볼 핸들러를 막는 가드와 이를 압박할 빅맨의 협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애매한 압박 수비로 상대에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불안한 수비력 멀어지는 우승

▲ 지난 3월 25일 샬럿전에서 나온 장면이다. 켐바 워커가 마빈 윌리엄스와 2대2 게임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때 케빈 러브가 2대2 게임에 대해 헷지 디펜스를 펼쳤는데, 상대의 이동 경로를 막아내지 못했다. 어빙은 스크린을 넘어갈지(Over), 아니면 스크린 밑으로 갈지(Under) 고민하다가 윌리엄스 스크린에 막혀버렸다.

압박 능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로테이션 수비가 엉키는 경우가 있다. 외곽 라인에서 볼 핸들러를 강하게 압박하면 순간적으로 2명의 수비수가 1명의 공격수를 막게 된다. 그러면 이외의 지역에서 3명의 수비수가 4명의 공격수를 막아야 한다. 빠른 판단과 약속된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재빠른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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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와 같은 상황이다. 여기서는 러브와 어빙이 워커를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수비는 실패했다. 워커는 윌리엄스에게 패스했고, 이를 막기 위해 골밑에서 클로즈아웃(Close-Out)한 트리스탄 탐슨은 슛 페이크 한 번에 무너지며 골밑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위치 디펜스를 펼칠 때가 있다. 상대 가드에게 공간을 주지 않고 압박하는 수비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대일 수비 능력이 떨어져 쉽게 막아낼 수 없다. 르브론은 『Athletic』를 통해 “우리는 일대일 수비 상황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일대일 수비에서 너무 많은 도움 수비에 의존하고 있다. 먼저 상대에게 집중한 뒤 동료의 도움 수비를 기다려야 한다”며 수비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론 루 감독도 “일대일 수비시 터프한 모습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움 수비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도움 수비다. 위크사이드에서 도움 수비를 펼친 뒤 자신의 매치업 상대로 돌아가는 조직력이 떨어진다.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또한 도움수비를 펼쳐야 할 때 소극적인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도움 수비를 나가야 하는 타이밍 자체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클리블랜드 불안한 수비력 멀어지는 우승

▲ 지난 3월 28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서 나온 장면이다. 카와이 레너드는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2대2 게임을 펼쳤다. 리차드 제퍼슨은 퍼스트 스텝을 빼앗긴 뒤 레너드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이후 골밑 안쪽까지 침투한 레너드는 손쉽게 덩크에 성공했다. 이 와중에 클리블랜드의 도움 수비는 없었다. 페인트존에 2명의 수비수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덩크를 막으려는 ‘점프’조차 없었다.

클리블랜드의 로테이션 수비는 르브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 결과 수비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비 집중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만 셤퍼트와 JR 스미스 등 몇몇 선수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슛을 너무나 손쉽게 내주고 있다. 상대의 슛을 가로막는 슛 컨테스트와 공의 굴절을 만드는 디플렉션 부분 등 여러 수비 지표는 리그 최하위에 그칠 정도. 이를 통해 후반기 야투 허용률도 46.6%로 리그 20위에 그치고 있다.

루 감독은 “우리의 로테이션 수비는 전혀 되지 않는다. 도움 수비도 없다”라며 “너무 많은 공격 리바운드와 세컨 기회 득점을 허용하고 있다. 동료들을 도와가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밀 전략

타이론 루 감독은 지난 3월 27일 『Cleveland.com』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의 수비 전략을 숨겨야 한다. 우리의 패를 미리 보여줄 수 없다. 플레이오프에 갈 때까지 평범한 수비 전략을 계속 이어갈 것이고, 포스트시즌에서 새로운 ‘비밀전략’을 들고나올 것이다.”

이는 지난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 패배 이후 나온 인터뷰다. 루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워싱턴과 만날 수 있으므로 새로운 수비 전략을 미리 보여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미리 대처하지 못하게끔 기존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르브론은 다른 생각이다. “수비가 더욱 단단해져야 플레이오프에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 한동안 분위기가 다운됐다. 다시 분위기가 올라가야 한다. 특히 수비적인 부분에서 그래야 한다.”

역대 NBA 챔피언십을 따낸 팀을 보면 모두 수비가 좋았다. 지난 2001 NBA 챔피언십에 오른 LA 레이커스는 당시 100번의 수비 기회에서 실점 기대치 104.8점을 기록, 해당 부문 리그 21위를 기록했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 팀의 수비 효율성은 리그 10위 안에 들었다.

클리블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수비 효율성 부문 리그 10위(101.8점)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력과 리그 4위에 해당하는 공격 효율성으로 우승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수비 효율성 리그 24위(108.1점)를 기록 중이다.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 21경기 기준 리그 29위(112.3점)일 정도다. LA 레이커스(114.0점)를 제외하면 가장 수비력이 나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루 감독의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기본적인 수비 전략이 펼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비밀전략’을 꺼내 들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클리블랜드는 시즌 도중 카일 코버, 데릭 윌리엄스, 데런 윌리엄스 등을 데려왔다. 스미스와 러브 등은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다.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진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현재 수비력은 기대 이하다. 선수들의 수비에 대한 노력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체력’이다. 베테랑이 많은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치열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수비 에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수비의 핵심인 르브론과 탐슨은 현재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내외곽의 중심축이 흔들린다면 전체 생산성도 떨어질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목표는 NBA 챔피언십 ‘2연패’였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목표 달성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굳건히 지키던 동부 1위 자리도 보스턴 셀틱스에게 내줬다. 과연 클리블랜드는 현재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수비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해 보인다.

BOX | 대안은?

에너지 레벨이 뛰어난 디안드레 리긴스와 데릭 윌리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긴스는 가드 포지션 수비에 능한 선수로 압박 능력이 탁월하다. 수비시 엄청난 자신감을 드러내는 선수다.

하지만 공격 때 존재감은 아쉽다. 무언가 위축된 모습이다. 자신감이 없어 슛을 던지지 못하고 공만 돌리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수비에서 얻는 이점과 함께 공격에서 드러나는 열세로 그의 출전시간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윌리엄스는 주요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Cleveland.com』에 의하면 루 감독은 러브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윌리엄스를 주요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만약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를 만나면 그를 중용하겠다는 말도 했다. 최근에도 출전시간이 들쑥날쑥한 경향이 있다.

앤드류 보거트 대신 합류한 래리 샌더스는 조금씩 몸을 풀고 있다. 그는 D-리그에서 4경기 평균 19.8분을 뛰며 6.0점 8.0리바운드 2.5블록을 기록했다. 만약 그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클리블랜드 허약한 골밑 수비에 큰 힘이 되어줄 전망. 경기 감각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큰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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